일본 언론의 지나친 '한국 대선 짝사랑', 이유는?

일본 NHK 채널이 정규 방송 중 화면 하단의 그래픽을 통해 한국 대선 개표 상황을 중계하고 있다. /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일본 NHK 채널이 정규 방송 중 화면 하단의 그래픽을 통해 한국 대선 개표 상황을 중계하고 있다. /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서울=코리아타임스) 우지원 인턴기자 =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이후 실시된 19대 대선이 문재인 대통령의 승리로 막을 내린 가운데, 일본 언론의 ‘지나치게 자세한’ 대선 관련 보도가 한국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공영방송 NHK를 비롯한 일본의 주요 언론들은 지난 9일 오전부터 진행된 한국의 대선 개표 상황을 일제히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NHK는 정규 방송 중에도 화면 하단의 그래픽을 통해 후보별 득표수 현황과 간략한 소개까지 덧붙이며 한국 대선을 실시간으로 생중계했다. 일부 방송은 방송협회와 지상파 3사가 오후 8시 발표한 출구 조사를 동시통역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해당 방송 화면을 찍은 사진들이 SNS와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알려지면서 여러 네티즌들은 "일본이 한국 대선에 유난히 관심이 많은 것 아니냐"며 의문을 표했다. 미국과 영국, 중국을 비롯한 다양한 외신들이 한국의 대선 상황을 보도했지만 실시간 TV 중계는 없었기 때문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일본은 자국 정치보다 한국 정치에 관심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네티즌들이 추측하는 대로 일본의 일방적인 한국 정치 사랑은 사실일까?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의 남기정 교수는 코리아타임스와의 통화에서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프랑스 등 일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국가들의 대선에 대해서 자세히 다루는 것이 일본 방송의 관례적 행태"라고 말했다. 정치적 상황을 공유하는 이웃 국가라는 특성에다 양국 간의 오랜 역사적 반목에 뿌리를 둔 국민적 관심사가 더해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남 교수는 "예측 가능한 러시아와 중국의 평면적 선거 행태와는 달리 비교적 드라마틱한 미국과 한국의 정치 지형이 일본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탄핵과 촛불집회를 비롯한 일본인에게는 낯선 정치적 사건들의 연속이 일본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고, 일본 방송의 집중적 보도 행태는 여기에 부응한 것에 불과하다는 해설이다. 더욱이 아베 정권 이후 새로운 대안이 부재하는 가운데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정치형태를 띄는 일본으로서는 다이나믹하고 도전적인 한국의 정치지형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남 교수의 의견이다.
자국 내의 정치적 현안에서 국민의 관심을 돌리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일부 네티즌들의 의견에 대해 남 교수는 "일본의 미디어가 정부 의도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은 잘못된 해석"이라고 단호히 잘랐다. 남 교수는 "아베 총리가 현재 정치적 곤경에 빠져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흥미 위주의 단말마적 방송을 주로 내보내는 일본 민영방송의 특징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며 지나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실제로 일본 언론은 지난해 탄핵 정국 이후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한국의 정치 상황을 집중적으로 보도해 왔다. 1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언론들은 이를 일제히 주요 소식으로 보도하며 향후 한일 관계와 대북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아사히 신문과 요리우리 신문을 비롯한 주요 매체들은 문 대통령의 “위안부 합의는 잘못됐다”라는 과거 발언과 함께 지난해 독도를 방문한 사실을 소개하고 문 대통령이 국내 결집을 위해 대일 외교에서 강경책을 택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한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며 한일 위안부 합의가 “국제사회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으며 한일이 각각 책임을 가지고 실시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가 장관은 “일본 정부는 한국 측에 모든 기회를 활용해 합의를 착실히 실시할 것을 끈질기게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