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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손혜원 홍보위원장이 7월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의에서 '크리에이티브 프랑스' 캠페인과 ‘크리에이티브 코리아(CREATIVE KOREA)'를 비교하며 대한민국 새 국가브랜드의 표절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한국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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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대한민국의 전반적인 모습들과 일맥상통한 기존의 슬로건인 "다이나믹 코리아(Dynamic Korea)"를 굳이 교체할 필요가 있었을까?
두 번째로 왜 문체부가 이번 교체를 주도했는가 이다. 관광산업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기간산업을 총 망라할 국가대표격 슬로건을 고심하던 정부였다. 이를 위해 문체부는 수출 및 해외투자유치 등 국제교류를 담당하는 타 부처들과 무릎을 맞대고 이번 슬로건에 대한 논의를 한번이라도 했을까? 글쎄다.
대한민국은 짧은 시간에 눈부신 성장을 이루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 있었으니 바로 창의성이다. 기계부품, 자동차, 전기/전자제품, 선박, 석유화학 등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온 제조업의 급성장을 가능케 한 것은 신속한 판단력, 상부순종적 인사관리, 제조업체간 시너지 등과 같은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적 요소였다.
"주식회사 대한민국(Korea Inc.)"은 더 이상 새로운 상품을 창조하지 못하고 있다. 그저 더 빠른 반도체, 더 얇은 스크린, 더 다양한 기능 등을 활용해 기존 제품을 업데이트 하는데 그치고 있다. 3D TV나 스마트홈 등의 신 시장을 개척하려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공격적 투자와 리스크를 버텨낼 배짱이 없었다.
검증된 창의력도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 한국이 세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조선/해양엔지니어링 산업은 현재 구조조정으로 그 위세가 크게 위축되었다. 비교적 창의력을 덜 요구하는 자동차/전자기기 관련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제 중소·영세 산업으로 눈을 돌려보자. 영세업자들도 창의력이지 못함은 마찬가지다. 지난주 저자의 사무실 근처에서 커피숍 하나가 새로 개업했다. 그 주변에는 이미 십여 개의 커피숍이 영업중인 상태이다.
그러면 한 때 촉망 받던 기술중심의 중소기업들은 얼마나 창의적이었는가? 해외투자자들은 한국의 애플, 구글 및 우버를 찾아 강남의 테헤란로를 기웃거리고 있지만 실제 계약까지 이루어졌다는 소식은 한번도 접하지 못했다.
그나마 위로가 된다면 세계 경제대국 11위인 대한민국은 외국인 소비자 및 투자자들도 인정하는 "비창조적" 산업들의 선방 덕분에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다.
관광업계는 어떤가? 케이팝과 드라마가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도움을 주고 있기는 하지만 초반에 이들이 보여줬던 창의력은 사라지고 연습생 트레이닝 및 콘텐츠 생산과정은 이제 놀라울 정도로 전형적 틀에 갇혀 버렸다.
여기서 생각해볼 것이 하나 있다. 과연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는 대한민국의 현재가 아닌 미래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정부는 은행의 사업자금대출 활성, 스타트업 환경 강화 및 로우캡(low-cap) 주식시장 출범 등에서 더 나아가 교육환경을 환골탈퇴 시키고 재벌들을 각성시켜야 한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이 이를 감행할 시간과 의지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아니면 문체부가 청와대의 눈치를 보고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상황이 된 "창조경제"를 응용한 슬로건을 만든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이는 저자의 논리적 유추 와 추측이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논리가 아닌 감성으로 소비자들을 자극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맥락에서 나는 "크리에이티브 코리아(Creative Korea)"가 맘에 들지 않는다. 억양도 없고, 재미도 없고, 머리 속에 뭔가 한방을 남기는 무엇도 없다. 서울시의 I. Seoul. U도 맘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재미가 있고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한국인들이 접두사 "K-"를 붙이는 걸 좋아하는 사실을 간파하여 조금만 상상력을 발휘했다면 "Creative Korea"를 "Kreative Korea"로 바꿨으면 어땠을까?
조금은 더 재미 있었을 수 있고 초기에 불거졌던 표절시비도 없었을 텐데 말이다. 리스크를 두려워하는 대한민국 관료들에게는 과도한 "창의성"을 요구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앤드루 새먼: 잉글랜드 출신 저널리스트로 코리아타임스에 기명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알 자지라(AL JAZEERA), 더 데일리 텔레그래프(THE DAILY TELEGRAPH), 포브스(FORBES), 더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THE SOUTH CHINA MORNING POST) 등에 한국에 대한 기사를 쓰고 있다.
#번역=고동환
<원문> Inaccurate slogan, uncreative officials
http://www.koreatimes.co.kr/www/news/opinon/2016/08/351_20909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