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timesThe Korea Times

단독 4억 들인 정부 재난대비 앱, 실전에서는 무용지물

Listen

소방방재청이 개발하고 행정안전부에서 관리하고 있는 '안전디딤돌' 앱 / 구글 플레이스토어

-재난대비 앱 ‘안전디딤돌’, 정작 효율성에는 의문

-정부 공식앱 말고도 기관마다 기능 중복되는 앱 많아

(서울=코리아타임스) 박시수 기자, 우지원 인턴기자 = 국민에게 재난 발생 정보를 신속하게 알린다는 취지로 소방방재청이 개발한 ‘안전디딤돌’ 앱이 실전에서는 무용지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정부기관이 만든 유사한 앱들과 기능이 중복되는 것은 물론, 제공되는 정보의 신뢰도가 낮은 것으로 본지 취재결과 확인됐다. 때문에 앱 개발에 4억 원이 넘는 세금이 투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이 앱을 활용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후죽순 개발된 정부의 재난대비 앱

대한민국정부 공식 사이트 '포털24'에 따르면 올해 3월을 기준으로 행정, 공공기관에서 운영중인 공공앱은 총 1,090개다. 지난해 정부 산하 기관의 무차별적인 앱 출시가 보여주기 식의 무의미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잇따르자 정부는 올해 초 문제점 개선에 착수했다. 그 결과 기존 출시된 앱들을 성과를 중심으로 보완하거나 폐지하는 등 정비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능의 중복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안전디딤돌 앱에는 미세먼지와 산사태, 기상정보 등의 출처를 기상청과 산림청 등으로 밝히고 있다. 그러나 산림청과 기상청은 각각 ‘산사태정보’, ‘지진정보알리미’, 한국환경공단에서는 ‘우리동네대기질’ 등 개별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세먼지의 경우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수치와 안전디딤돌 앱에 뜨는 수치가 각각 ‘보통’과 ‘주의’로 뜨는 등 차이가 났다. 사용자로서는 어느 것을 믿어야 할 지 난감한 상황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코리아타임스가 확인한 결과, 해당 앱에서는 여러 문제가 확인됐다. 주요 기능인 기상정보는 기상이 악화되는 날이면 사용자 수가 많아 하루 종일 접속이 지연돼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앱이 제공하는 정보가 제멋대로인 것도 정보의 신뢰성에 의문을 자아내는 부분이다. 특정일에는 전국의 감시카메라가 26개로 뜨는가 하면 이튿날에는 단 7개만 노출되는 등 오차가 많았다.

‘외국인에게도 재난 정보를 제공한다’는 홍보와는 달리 영문 앱에서는 한국어 버전에서 제공하는 재난 경보가 울리지 않았다. 대신 오프라인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대피소 안내만 떴다. 문자 신고 버튼은 누르면 정작 다른 정부기관 앱인 ‘안전신문고’ 와 ‘119 신고’ 앱 다운로드 페이지로 자동 연결됐다. 긴급 상황에서 효율적인 신고 절차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구글플레이스토어에 올라온 '안전디딤돌' 앱 실제 사용자 후기 / 코리아타임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는 실제 앱을 다운받은 사용자들의 불만 섞인 후기들을 여럿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사용자는 “정부에서 만든 안전 앱만 몇 가지인지 모르겠다. 깔아도 잘 실행되지 않는데 하나라도 제대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잘 작동되지도 않고 인지도도 낮은 앱을 왜 굳이 만드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지난해 정부의 앱 개발 정책에 대해 "정보의 범용성을 높이고 양방향 소통을 꾀해야 하는 모바일 전자정부를 위해서는 앱보다 웹 형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국민이 외면하는 재난앱

올해 3월 기준으로 안전디딤돌 앱은 216만 7138회 다운로드된 반면, 다운로드를 받은 뒤 실제로 핸드폰에 앱을 유지하고 있는 횟수는 32만 7818회로 나타났다. 사용자들 중 7분의 6 이상이 앱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의미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영문앱 ‘EmergencyReady’ 역시 다운로드 횟수는 5073회인 반면 평균 유지수는 945회에 불과했다. 이 앱의 순수 개발에 들어간 비용은 총 4억 2900만원이다.

‘안전디딤돌’ 앱은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현재 행정안전부가 관리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재난정보통신과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안전디딤돌’ 앱은 여러 정부기관에서 확보한 정보를 한데로 모아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데 의의가 있다”며 “업데이트의 시간차로 인해 수치상 차이가 일부 발생할 수 있지만 모두 공통적인 자료를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개선이 이루어질 예정”이라며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앱의 기능 업데이트도 추진할 예정이다”라고 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의 김영훈 경제실장은 “4차 산업시대에서 정부는 공공정보의 공급자로서 이 정보를 민간이 이용하기 편하도록 제공할 책임을 지고 있다”며 “정부가 앱을 개발할 때마다 매번 민간 업체에 외주를 맡기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세금이 소요된다. 그런데도 정보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차라리 성과중심적 정부기관이 아닌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업체가 운영을 대신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