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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둘째줄 가운데)이 9월 21일 원주시 한솔오크밸리에서 개막한 '제11회 전국다문화가족네트워크대회'에서 유공자 및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코리아타임스) 최하영 기자 = 대만인 남편과 결혼한 고현정(31) 씨의 딸은 “커” 씨 성을 쓰고 있다. 남편의 성은 가(柯)이지만, 혼인신고를 하러 구청에 갔을 때 구청 공무원은 배우자의 이름을 대만 현지 발음대로 ‘커’라고 표기해야 한다고 했다. 2016년에 태어난 딸 역시 ‘커’ 씨 성을 써야 했다.
대만식 성에 한국식 이름을 붙이기 어색했던 고 씨는 아이 이름도 대만식으로 지었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 국적을 가진 딸이지만 의료보험이나 가족관계 증명서에는 대만식 이름이 적혀 있다. 특이한 이름 때문에 예방접종을 하러 병원에 가도 “어느 나라 이름이에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고 씨는 “같은 다문화 가정 아이라고 해도 한국인 아빠와 외국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이런 문제를 겪지 않는다”고 말하며 “아버지가 외국인이면 아이는 한국인이 아니라는 편견”을 지적했다. 고 씨는 아이가 특이한 이름 때문에 한국 사회에 정을 붙이지 못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
현행 가족관계등록예규 502호는 가족관계등록부에 외국에서의 발음을 한글로 표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자를 함께 기재하는 것 역시 허용되지 않는다. 조선족임을 증명하는 중국인에 대해서는 한국식 성을 사용할 수 있는 예외조항을 두고 있지만 외국인 아버지를 둔 아이들은 외국식 성을 따라야 한다. 고 씨는 “한국 사회는 점점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는데 법과 제도는 변화를 따라오지 못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 씨 가족 이외에도 중국, 싱가포르, 홍콩 등 한자문화권 출신의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특이한 성 때문에 불편을 겪고 있다. 고 씨는 예규를 개정하기 위해 같은 불편을 겪는 가족들의 사례를 모아 법제처의 아이디어 공모제에 제출했다.
‘팽’ 씨 성을 가진 중국인 남편과 결혼한 이 모 씨는 남편 성의 중국식 발음을 따라 아이 성을 ‘퐁’씨로 신고했다. 이 씨 역시 아이디어 공모제에 힘을 보태며 “지금은 한국에 살고 있지 않지만 언젠가 아이가 한국에 살게 되면 놀림 받을 것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중국인 남편과 결혼한 조 모 씨는 중국식 발음에 따라 ‘쉬(許)’로 발음 되는 남편의 성을 따를 수 없어 자신의 성을 따르기로 결정했다. 한국에서 3살과 7살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조 씨는 “유치원이나 학원에 입학 원서를 쓸 때마다 미혼모냐, 왜 아버지가 없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고 씨가 제출한 청원은 아이디어 공모에 채택되지 않았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정춘숙 의원실이 법제처에 문의한 바에 따르면, 해당 청원은 담당 소관처인 법원 행정처에 보내진 상황이다. 코리아타임스가 법원 행정처에 진행 상황을 문의하자, 법원 행정처의 조병구 대변인은 예규 개정의 책임을 문화체육관광부에 돌렸다. “예규 개정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국어기본법에 따른 외래어표기법을 개선해야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의 황성운 대변인은 “조선족의 경우 한국식 성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처럼 대법원이 예외조항을 두면 해결될 일”이라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정 의원은 “대법원과 문체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함께 논의하여 중화권 다문화 자녀들을 차별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조치를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현행 가족관계등록예규(대법원 소관)에 의해 중화권 외국인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한국 국적의 자녀들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쉬, 커, 퐁’ 등의 성씨 때문에 어릴 때부터 차별과 놀림을 받고 자란다”고 말하며, “이는 통합과 공존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다문화정책에 역행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